약 2년 전 나는 내가 사는 건물 내의 영어회화학원에 등록을 했고
같은반 클래스에 교복이 너무 커서 헐렁이는 내 반토막만한
꼬꼬마 중1 여학생을 만났다.
회화반이니까 서로 대화도 하고 지내다가
흥미를 잃은 나는 몇달 후 학원을 관두었고,
그로부터 약 1년쯤 뒤에 알록달록한 책가방을 깡총매고
여전히 학원에 다니는 여중생을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났다.
내가 "안녕? 나 기억나니?" 라고 물어보니
고개를 흔들며 "아니요. 기억안나요" 라고 베시시 웃었다.
쟤는 학원에서 오고가는 수강생을 수도없이 봤을테니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어제 또 그 여중생을 보았다.
이번엔 당연히 나를 기억못할꺼라고 생각해서 말을 걸지도 않았지만,
중3이 된 그애는 교복이 작아질만큼 키가 훌쩍 자라
어느덧 나만해져서 더이상 꼬꼬마도 아니고
얼굴에 곱게 화장을 하고, 손가인처럼 눈주위에 아이라인까지 꼼꼼히 그리고
더이상 컬러풀한 책가방따위는 매지 않고
쉬크한 숄더 가죽백을 들고 다니고 있었다.
왠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학창시절의 나는 하루하루가 그렇게 지겨울수가 없었고,
어른들이 항상 '시간 훌쩍간다' 라는 말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었는데
이제 내가 그 어른들이 되었고, 시간이 총알같이 날라가고 있는걸 눈으로 본 느낌.
한편으론, 내 시계는 정지했는데 그 아이의 시계만 움직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묘하다..
어쨋든 중학생인 그 애도 하루하루가 그렇게 지겨운 중일까 문득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