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좌석버스를 타려는데 빈좌석이 없어서 무려 다음버스를 기다렸다가 탔다.
그런데 한정거장 지나자마자 수수한 양복 차림의 80대 할아버지가 타신거다.
난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기 때문에 솔직히 양보가 쉽지는 않다.
(그리고 나 버스 한대 보내고 탄건데...

암튼, 그래도 그정도 할아버지를 보고 양보를 안할 수는 없었다.
왠일로 신발도 힐이 아니었고, 늦은 시간이라 버스도 쌩쌩 달리고
mp3 들으면서 난 나름 기분이 좋았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내리실때까지 약 4~50분 동안
서있는 나에게 연신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한 백번쯤 말씀하셨다.
백번 말씀하시는 동안 난 이어폰을 꽂았다뺐다를 반복하며 백번 괜찮다고 대답했다.
아마 누가 보면 할아버지가 나의 크림색 캐시미어 코트에 커피라도 쏟은 줄 알겠다.
(물론 난 이런 호화스런 코트 없음;;)
꼬부랑 할아버지이지만 몸에 매너가 배어있고, 남에게 신세지는 스타일이 아님이 분명하리라.
(마지막까지 나에게 중절모를 벗어서 목례를 하고 내리셨음;;)
고마운것은 고맙다고 말해주면 좋았을텐데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 듣고보니
마치 나의 선행이 남에겐 부담이었던것 같이 느껴져서 기분이 이상해지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