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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2
 
30대 젊은 의사인 폴이 폐암을 진단받고 이후 사망하기까지 22개월 간의 기록. 34살에 발병해서 36살에 사망했으며,  발병 후 와이프 루시와의 합의하에 딸도 낳아서 8개월의 순간까지 함께한다. 
글을 읽으며 느낀 것은 딸에 대한 미련이 절절하게 와닿았고,
일반 암 환자들이 느끼는 "원망"이라는 감정 역시 묻어나는 듯이 보였다.
특히, 본인은 엘리트 레지던트로써 앞으로 부와 명예가 수반되는 성공가도만을 앞에 두고 있었는데 동료들이 누리는 것을 함께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 (정확하게는 본인만 알겠다만은) 묘한 마음들이 엿보였다. 
 
의사들이 암에 대해서 얘기해줄 때 "과연 이사람이 환자가 겪고 있는 것을 이해는 할까?" 라는 의문이 참 많이 들었기 때문에 암에 걸린 의사가 쓴 에세이라는 것은 나에겐 참 고마웠고, 병 앞에서 의사도 결국 그냥 다른 사람과 큰 차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는 주치의를 신뢰하고 갈수 밖에 없기 때문에 폴도 에마를 깊이 신뢰했다. 에마는 투병기간 내내 폴에게 강한 희망을 심어주었으나 첫번째 타세바 치료가 실패하고, 두번째 항암치료가 실패하고, 세번째 뇌전이 치료에 대해서도 그 위험성으로 인해 폴이 거부하는 상황이 되자 결국 에마도 허공을 맴도는 말을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 에마, 다음엔 뭘 해야하죠?"
"더 힘을 내세요. 그게 중요해요"
.....
"당신에게는 아직 5년 이라는 시간이 남았어요" 에마가 말했다.  그녀의 말은 권위 넘치는 신탁의 말투도 아니었고, 진정으로 믿는 사람의 확신 같은 것도 묻어나지 않았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 있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 이순간에는 평범한 두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 결국 의사도 희망이 필요한 존재였다.



폴의 글은 그의 투병기이므로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폴이 "내려놓음" 이후로 조급하게 끝나는 느낌이 없지않아 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마무리는 와이프 루시의 글을 통해서 전달되고,
폴이 작성한 마지막 글은 딸에게 남기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네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했는지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바라건대 네가 죽어가는 아빠의 나날을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줬음을 빼놓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아빠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기쁨이었고, 그로 인해 아빠는 이제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만족하며 편히 쉴 수 있게 되었단다. 지금 이 순간 그건 내게 정말로 엄청난 일이란다.


번역본을 읽었어도 문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느껴진다. 영문본을 읽었으면 더 그렇게 느꼈을듯하다. 그러나 본인보다 우월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발병이 타당한것도 아니거늘 책 내내 묻어나는 본인의 우월함과 억울함으로 인해 내겐 뭐 그다지 감동이 오진 않았다. 내가 폐암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입장이다보니 현실상황에 이입이 되서 더 그런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책 말미에 남편 사후에 작성한 아내 루시의 글이 인상깊었다. 남편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그 이상으로 표현할 수 없을 것만 같이 너무 아름다웠다.


....내게 가장 그리운 폴은 연애하기 시작했을 때의 팔팔하고 눈부셨던 그 남자가 아니다. 뭔가에 집중하는 아름다운 남자였던 투병 말기의 폴, 이책을 쓴 폴, 병약하지만 결코 나약하지 않았던 그 남자가 그립다.
폴은 이 책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이책은 문학에 대한 그의 사랑이 맺은 결실이다.
........
폴의 결단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증명할 뿐만 아니라, 그의 인생 자체가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폴은 평생 죽음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죽음을 진실하게 마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 결국 그는 그 일을 해냈다.
나는 그의 아내이자 목격자였다.


 
폴 칼라니티
1977년 뉴욕태생,
스탠퍼드 영문학,생물학 공부 및 영문학 석사
캠브리지 과학,의학,역사,철학 이수
예일 외과대학원 졸업
스탠포드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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