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커피숍 옆자리 사람들

B o 2010. 12. 12. 18:25

방금전 탐탐에 앉아서 블록버스터급 이메일(엄청 길고 심각한 내용)을 쓰고 있는데 발생한 일이다.

외국인 남자와 한국인 남자 둘이 내 옆에 앉아서 영어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한국인 남자의 영어는.. 나쁘진 않은데 굉장히 거만한...
발음을 똑바로 해야지 외국인 앞에서 막 굴리니까 외국인이 what? 했다가 스스로 이해하기를 반복.

난 외국친구에게 영어로 이메일을 써야되서 굉장히 집중해야하는데 
자리가 4면중 2면이 벽인 코너석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약간 소외되어
2개의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있었는데 그 2개의 테이블이 20~25cm 간격이니까
 (사람 지나가려면 옆 테이블 밀고 가야할 정도) 가끔씩 그쪽 얘기가 들려왔다.
집중하는데 방해가 되어 이어폰 끼고 싶었지만 이어폰은 없었다. ㅜ.ㅜ

아무튼 둘이서 너무 또박또박 말한 부분은 듣기 싫어도 진짜 귀에 쏙쏙 들어왔는데, 둘은 오늘 처음 만난 사이고, 어떻게 만난 사이 인지는 모르겠으나
둘의 소개가 오고 한참 오고 갔다. 그러던 중

외국인: "Did you go to school in Seoul?"
한국인: "XX University. in number ten".
상위 10위권을 말하고 싶다는 것을 눈치채고 여기서 좀 웃겼으나 꾹 참았다.

외국인: "oh.. I see. line number 10"
외국인은 존재하지도 않는 지하철 10호선 위에 있다고 알아들은 것이다.

한국인: "1,2,3 is Seoul, Yonsei, Korea... my university is 7 or 8"

아.. 진짜 유치하다. ㅋㅋㅋㅋㅋ
XX대가 7,8위 인건 누가 정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렇게 대놓고 순위 말하고 다니기 부끄러울텐데.. 주위 사람들이 영어를 못알아 듣는 줄 알고 자기 괜찮은 학교 나왔다고 외국인에게 어필한 것 같다.

아무튼 한참 이러고 있다가 둘이 대화 끊기거나 하면, 옆에서 노트북으로 뭔가 열심히 하는 나를 쳐다보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자리가 너무 가까워서 굳이 고개 돌리지 않아도 내 가시권이기 때문에...나도 걔네의 가시권이었을테고..;;

그러던 중 한국인이 매너없게 핸폰갖고 놀기 시작했다.
난 속으로 '앞에 사람두고 왜저래' 라고 했는데

외국인: "what's wrong?"
한국인: "..."
외국인: "oh.. I won't bother you." (귀찮게 안할께)
한국인: "no. i'm texting."

그리곤 나도 눈치 챘다.
한국인 이녀석이 마주보고 있는 외국인에게 문자보낸 것이다.

왜?
내얘기니까!!!!!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는데 외국인은 자꾸 나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really?" 뭐 이러고 있다가
외국인의 한마디에 모든 문자를 본 것처럼 눈치 채버렸다.

외국인: "Is she writing about us?"  하면서 엄청 방어적인 태세를 취하는데
한국인: "No.. she is writing her email, but I wonder what she's writing about."

이 대화를 내 앞에서 둘이 대놓고 귓속말로
(하지만 목소리는 줄여봤자 여전히 매우 커서 나한테 다 들리게) 했다.
다시 말하지만 그 구역엔 우리 셋만 앉아있었으니 귓속말이 얼마나 웃기는 상황인지 상상이 되는가?
나는 매우 기분 나빴지만 내가 뭐 어쩌겠음. 그냥 계속 모른 척 하고 있는데
둘이 허겁지겁 나갔다. -_-;;;

내 예상은 ,,
한국인 문자: 옆에 여자가 영어를 할 줄 아니까 우리 얘기를 알아 들을 것이다.
(이런 내용을 캐쥬얼하게 말했겠지만, 외국인은 문맥만으로 뭔가 크게 오해한듯)

외국인: 그래서 여자가 뭐하고 있니?
한국인: 타이핑 하고 있어. (이부분에선 심지어 손가락으로 타이핑 제스쳐까지 취했음;;;)
외국인: 뭐?? 우리에 대해서 적고 있다고?
한국인: 그건 아니고 나도 모르는데 궁금해.
(내가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 600장 정도를 뒤적거리며 이메일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정말로 내가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의미였을 듯)

그리고는 외국인이 엄청 기분나빠하며 얼른 나갔다.

허허.. 퐝당..

니네가 내옆에 왔지, 내가 니네 옆으로 가서 앉았니;;;
글구 니네 대화는 어쩔수없이 들려온 거지만,
한국인 넌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수 있을 만큼 내 모니터를 쳐다봤잖아!!
너도 외국인이 허겁지겁 나가자고 해서 오해하게끔 전달한거 눈치 챘겠지?
외국인이 한국여자 싸이코로 알기 전에 밖에 나가서 똑바로 풀었길 바라지만 별로 기대하진 않음;;; 허허허...